
Virtusize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Arron Ritchie와의 대화
인공지능(AI)은 다양한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그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전자제품이나 도서와 달리, 의류는 핏, 착용감, 개인 스타일에 맞는지 등 섬세한 요소들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 매니저 입장에서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느냐, 혹은 높은 반품률로 손해를 보느냐의 갈림길이 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Virtusize의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Arron Ritchie와 함께, AI 기술이 패션 이커머스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어떤 기회와 도전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데이터 준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커머스에서의 AI 부상
Q: AI의 부상은 전반적인 이커머스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Arron Ritchie:
이커머스에서의 AI 발전은 다른 산업들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수요 예측, 물류창고 최적화, 인력 배치 효율화 등 운영 중심의 머신러닝이 중심이었습니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기업들은 더 정밀한 계획 수립, 비용 절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비효율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죠.
최근 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의 부상은 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예측 모델을 넘어서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텍스트를 생성하고, 추론을 흉내 낼 수 있는 도구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반복적인 업무 자동화, 맞춤형 마케팅 문구 생성, 인간이 수 시간 걸리던 워크플로우의 단축 등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LLM은 본질적으로 다재다능한 ‘범용형 도구’입니다. 스위스 군용 칼처럼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특정 목적에 완벽히 맞추려면 별도의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이 인프라에는 시간, 전문성, 비용이 들기 마련이죠.
그래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AI를 사용할까?“가 아니라, “우리에게 진짜 가치를 줄 수 있는 AI 활용 지점은 어디이며, 어떻게 우리 상황에 맞게 최적화할 것인가?“입니다.
패션 이커머스의 기회
Q: 패션 이커머스를 기준으로 봤을 때, AI가 가장 큰 기회를 줄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요?
Arron Ritchie:
패션 이커머스는 다른 업종과 달리,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 간의 ‘경험 격차’를 메워야 한다는 고유한 과제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티셔츠를 보고, 만져보고, 입어본 후 확신을 가지고 구매할 수 있죠.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게 되고 반품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Virtusize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피팅 솔루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모든 소비자는 체형, 선호 스타일, 취향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절한 AI 모델을 적용하면 단순히 “당신은 M 사이즈입니다”라는 수준이 아니라, “이 셔츠는 어깨 부분은 살짝 타이트하고 가슴 부분은 여유 있게 느껴질 겁니다”라는 세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사이트는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돕고, 온라인 쇼핑을 실제 매장에서의 경험처럼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범용 AI 도구들도 블랙진을 구매한 고객에게 블랙 계열 아이템을 추천하는 등의 단순한 개인화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영역은 훨씬 더 세밀한 맥락과 복잡한 취향을 반영해야 하죠. 일반적인 AI를 무리하게 패션에 적용하면, 처리 비용은 증가하고 결과는 불안정하며, 고객에게 와닿지 않는 추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구매 데이터와 사용자 선호를 기반으로 설계된 ‘패션 전용 AI 모델’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피팅을 넘어서: 개인화와 쇼핑 여정
Q: 피팅 외에도 패션 이커머스 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Arron Ritchie:
개인화는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매우 유망한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현재 자사 웹사이트 내에서만 고객 행동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쇼핑은 그렇게 제한되지 않죠. 소비자들은 A 브랜드에서 재킷을 사고, B 브랜드에서 셔츠를, C 브랜드에서 청바지를 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커머스 사이트는 모든 방문자에게 동일한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숙련된 판매원이 고객의 행동 맥락을 파악해 제안을 합니다. 고객이 재킷을 세 벌 들고 있으면, 재킷을 더 추천하기보다는 바지나 스웨터 같은 아이템을 제안할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맥락 정보’가 완전히 사라져 있죠. AI는 이 맥락을 되살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이트에서의 행동을 연결하거나, 더 넓은 쇼핑 패턴을 통해 취향을 유추하는 시스템을 상상해보세요. 버튼 셔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제품을 홈페이지 상단에 우선 노출하거나, 특정 색상이나 핏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감지해 상품 배열을 조정하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일부 브랜드는 챗봇이나 간단한 추천 엔진을 시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통합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분명히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컨텍스트와 브랜드를 넘나드는 개인화가 미래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내부 효율화: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효과적인 AI 활용
Q: 고객 경험 외에, AI가 이커머스 기업의 내부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rron Ritchie:
사실 가장 큰 비즈니스 임팩트를 주는 곳은 내부 효율화일 때가 많습니다. 수요 예측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와 런던 각각에 몇 장의 티셔츠를 공급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품절이나 재고 과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물류 경로 최적화, 인력 스케줄링 최적화도 마찬가지로 AI가 강점을 발휘하는 영역입니다. CRM 시스템에서도 AI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고객 행동 패턴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내부 솔루션은 주목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챗봇이나 LLM 같은 눈에 띄는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죠. 하지만 ROI 관점에서는, 내부 시스템의 효율화가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 경험에만 AI를 적용하고 내부 운영의 최적화를 무시한다면, AI가 가진 가치를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 준비 상태
Q: 많은 기업들이 AI에 관심은 있지만, ‘데이터 준비가 안 됐다’고 느낍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rron Ritchie:
모든 것은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정제되고 중앙화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없이는 AI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AI는 집 안의 가구나 인테리어 같은 것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지게 꾸며도 무너질 수밖에 없죠.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정비하지 않은 채 AI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시스템은 분산되어 있고, 중복된 레코드가 존재하거나 오래된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죠. 그 결과는 낮은 성능과 낭비되는 예산입니다.
AI 도입 전 가장 먼저 자문해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 우리는 유일하게 진실을 알려줄 데이터 소스를 갖고 있는가?
- 그 데이터는 깨끗한가?
-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우선 데이터 정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게는 이미 대규모 클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Virtusize는 수년간 수백 개 브랜드의 구매 및 피팅 데이터를 수집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이 이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Virtusize의 최신 AI 개발
Q: Virtusize에서는 현재 AI 및 머신러닝 관련해서 어떤 개발에 집중하고 있나요?
Arron Ritchie:
저희의 목표는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 매장 경험처럼 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사이즈 추천 기능을 제공해왔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당신은 M 사이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셔츠는 어깨가 약간 타이트하고, 가슴 부분은 여유 있게 느껴질 것입니다”처럼, 실제 착용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옷을 입어보고 “이거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느끼는 그 감각을 재현하는 것이죠.
최근 저희는 체형 데이터와 스타일 선호도를 결합한 새로운 머신러닝 기반 피팅 로직을 도입했습니다. 수년간 체형 모델은 잘 구축되어 있었지만, 그걸 단독으로 사용하면 대부분 타이트한 핏을 추천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핏은 다양하죠.
그래서 여러 해에 걸친 실제 구매 데이터를 통해 “좋은 핏”이 브랜드, 카테고리, 스타일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학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A/B 테스트에서 사이즈 추천 정확도가 25~40%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추천된 사이즈로 자신 있게 구매하고, 실제로 상품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탄탄한 데이터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커머스 담당자에게 주는 실용적 조언
Q: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커머스 매니저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rron Ritchie:
우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문제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사용 사례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품이 가장 큰 문제라면 피팅 솔루션을, 품절이나 과잉재고 문제가 있다면 수요 예측을, 고객 참여율이 낮다면 개인화를 고려해보는 식이죠.
그리고 “직접 구축할지, 외부 솔루션을 도입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사내에서 구축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와 전담 팀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이미 전문성과 데이터를 보유한 벤더와 협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또한 도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성공 지표(KPI)를 설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AI를 도입했다”가 아니라, “반품률이 10% 줄었는가?”, “전환율이 5% 증가했는가?”, “직원 업무 시간이 줄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에 대해 ‘의심은 하되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AI 솔루션 중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과장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좋은 파트너는 그 한계와 트레이드오프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좋게 들리는 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를 향한 시선
Q: 패션 이커머스에서 AI의 미래에 대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rron Ritchie:
저는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들에 가장 기대가 큽니다. 매주 새로운 AI 기술, 새로운 모델 구조,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지만, 언젠가는 큰 변화를 이끌 혁신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패션 리테일은 이제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산업입니다. 이 말은, 이제 다른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전략을 패션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물류 업계의 수요 예측 방식이나, 미디어 플랫폼의 개인화 전략을 응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혁신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그저 눈에 띄는 데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품을 줄이고, 전환율을 높이고, 온라인 쇼핑을 매장 방문처럼 편하게 만드는 것 — 그게 진정한 가치입니다.
요약 및 실천 가능한 단계
AI 도입을 고민 중인 이커머스 매니저라면, 다음과 같은 실용적인 단계부터 시작해보세요:
1. 현재의 문제 파악하기
- 반품률이 높은가요? → 피팅 솔루션을 검토하세요
- 재고 문제가 크나요? → 수요 예측 도구를 고려하세요
- 고객 참여가 저조한가요? →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세요
2. 데이터 준비 상태 점검하기
- 데이터가 정제되어 있고 중앙화되어 사용가능한가요?
- 쉽게 접근할 수 있나요?
→ 아니라면, 고급 AI보다 데이터 정비를 먼저 해야 합니다
3. 작게 시작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하기
- 하나의 사용 사례에 집중하세요
- 성공 지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세요 (예: 반품률 10% 감소, 전환율 5% 증가 등)
4. 직접 구축보다는 입증된 솔루션 활용하기
- 데이터와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 협업하세요
- 내부 구축은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경우에만 고려하세요
5. 과장된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
- “모든 걸 해결한다”는 솔루션은 경계하세요
- 실험하고, 결과를 측정하며, 효과가 있는 것을 확장하세요
결론
AI는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올바르게 활용하면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패션 이커머스에서는 개인화와 운영 효율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고, 그 모든 기반은 ‘정제된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rron Ritchie의 말처럼, “작게 시작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며, 고객과 비즈니스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AI 활용의 핵심입니다.

Virtusize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Arron Ritchie와의 대화
인공지능(AI)은 다양한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그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전자제품이나 도서와 달리, 의류는 핏, 착용감, 개인 스타일에 맞는지 등 섬세한 요소들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 매니저 입장에서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느냐, 혹은 높은 반품률로 손해를 보느냐의 갈림길이 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Virtusize의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Arron Ritchie와 함께, AI 기술이 패션 이커머스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어떤 기회와 도전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데이터 준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커머스에서의 AI 부상
Q: AI의 부상은 전반적인 이커머스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Arron Ritchie:
이커머스에서의 AI 발전은 다른 산업들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수요 예측, 물류창고 최적화, 인력 배치 효율화 등 운영 중심의 머신러닝이 중심이었습니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기업들은 더 정밀한 계획 수립, 비용 절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비효율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죠.
최근 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의 부상은 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예측 모델을 넘어서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텍스트를 생성하고, 추론을 흉내 낼 수 있는 도구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반복적인 업무 자동화, 맞춤형 마케팅 문구 생성, 인간이 수 시간 걸리던 워크플로우의 단축 등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LLM은 본질적으로 다재다능한 ‘범용형 도구’입니다. 스위스 군용 칼처럼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특정 목적에 완벽히 맞추려면 별도의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이 인프라에는 시간, 전문성, 비용이 들기 마련이죠.
그래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AI를 사용할까?“가 아니라, “우리에게 진짜 가치를 줄 수 있는 AI 활용 지점은 어디이며, 어떻게 우리 상황에 맞게 최적화할 것인가?“입니다.
패션 이커머스의 기회
Q: 패션 이커머스를 기준으로 봤을 때, AI가 가장 큰 기회를 줄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요?
Arron Ritchie:
패션 이커머스는 다른 업종과 달리,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 간의 ‘경험 격차’를 메워야 한다는 고유한 과제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티셔츠를 보고, 만져보고, 입어본 후 확신을 가지고 구매할 수 있죠.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게 되고 반품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Virtusize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피팅 솔루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모든 소비자는 체형, 선호 스타일, 취향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절한 AI 모델을 적용하면 단순히 “당신은 M 사이즈입니다”라는 수준이 아니라, “이 셔츠는 어깨 부분은 살짝 타이트하고 가슴 부분은 여유 있게 느껴질 겁니다”라는 세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사이트는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돕고, 온라인 쇼핑을 실제 매장에서의 경험처럼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범용 AI 도구들도 블랙진을 구매한 고객에게 블랙 계열 아이템을 추천하는 등의 단순한 개인화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영역은 훨씬 더 세밀한 맥락과 복잡한 취향을 반영해야 하죠. 일반적인 AI를 무리하게 패션에 적용하면, 처리 비용은 증가하고 결과는 불안정하며, 고객에게 와닿지 않는 추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구매 데이터와 사용자 선호를 기반으로 설계된 ‘패션 전용 AI 모델’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피팅을 넘어서: 개인화와 쇼핑 여정
Q: 피팅 외에도 패션 이커머스 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Arron Ritchie:
개인화는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매우 유망한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현재 자사 웹사이트 내에서만 고객 행동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쇼핑은 그렇게 제한되지 않죠. 소비자들은 A 브랜드에서 재킷을 사고, B 브랜드에서 셔츠를, C 브랜드에서 청바지를 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커머스 사이트는 모든 방문자에게 동일한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숙련된 판매원이 고객의 행동 맥락을 파악해 제안을 합니다. 고객이 재킷을 세 벌 들고 있으면, 재킷을 더 추천하기보다는 바지나 스웨터 같은 아이템을 제안할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맥락 정보’가 완전히 사라져 있죠. AI는 이 맥락을 되살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이트에서의 행동을 연결하거나, 더 넓은 쇼핑 패턴을 통해 취향을 유추하는 시스템을 상상해보세요. 버튼 셔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제품을 홈페이지 상단에 우선 노출하거나, 특정 색상이나 핏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감지해 상품 배열을 조정하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일부 브랜드는 챗봇이나 간단한 추천 엔진을 시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통합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분명히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컨텍스트와 브랜드를 넘나드는 개인화가 미래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내부 효율화: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효과적인 AI 활용
Q: 고객 경험 외에, AI가 이커머스 기업의 내부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rron Ritchie:
사실 가장 큰 비즈니스 임팩트를 주는 곳은 내부 효율화일 때가 많습니다. 수요 예측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와 런던 각각에 몇 장의 티셔츠를 공급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품절이나 재고 과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물류 경로 최적화, 인력 스케줄링 최적화도 마찬가지로 AI가 강점을 발휘하는 영역입니다. CRM 시스템에서도 AI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고객 행동 패턴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내부 솔루션은 주목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챗봇이나 LLM 같은 눈에 띄는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죠. 하지만 ROI 관점에서는, 내부 시스템의 효율화가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 경험에만 AI를 적용하고 내부 운영의 최적화를 무시한다면, AI가 가진 가치를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 준비 상태
Q: 많은 기업들이 AI에 관심은 있지만, ‘데이터 준비가 안 됐다’고 느낍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rron Ritchie:
모든 것은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정제되고 중앙화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없이는 AI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AI는 집 안의 가구나 인테리어 같은 것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지게 꾸며도 무너질 수밖에 없죠.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정비하지 않은 채 AI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시스템은 분산되어 있고, 중복된 레코드가 존재하거나 오래된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죠. 그 결과는 낮은 성능과 낭비되는 예산입니다.
AI 도입 전 가장 먼저 자문해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 우리는 유일하게 진실을 알려줄 데이터 소스를 갖고 있는가?
- 그 데이터는 깨끗한가?
-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우선 데이터 정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게는 이미 대규모 클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Virtusize는 수년간 수백 개 브랜드의 구매 및 피팅 데이터를 수집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이 이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Virtusize의 최신 AI 개발
Q: Virtusize에서는 현재 AI 및 머신러닝 관련해서 어떤 개발에 집중하고 있나요?
Arron Ritchie:
저희의 목표는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 매장 경험처럼 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사이즈 추천 기능을 제공해왔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당신은 M 사이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셔츠는 어깨가 약간 타이트하고, 가슴 부분은 여유 있게 느껴질 것입니다”처럼, 실제 착용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옷을 입어보고 “이거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느끼는 그 감각을 재현하는 것이죠.
최근 저희는 체형 데이터와 스타일 선호도를 결합한 새로운 머신러닝 기반 피팅 로직을 도입했습니다. 수년간 체형 모델은 잘 구축되어 있었지만, 그걸 단독으로 사용하면 대부분 타이트한 핏을 추천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핏은 다양하죠.
그래서 여러 해에 걸친 실제 구매 데이터를 통해 “좋은 핏”이 브랜드, 카테고리, 스타일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학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A/B 테스트에서 사이즈 추천 정확도가 25~40%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추천된 사이즈로 자신 있게 구매하고, 실제로 상품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탄탄한 데이터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커머스 담당자에게 주는 실용적 조언
Q: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커머스 매니저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rron Ritchie:
우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문제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사용 사례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품이 가장 큰 문제라면 피팅 솔루션을, 품절이나 과잉재고 문제가 있다면 수요 예측을, 고객 참여율이 낮다면 개인화를 고려해보는 식이죠.
그리고 “직접 구축할지, 외부 솔루션을 도입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사내에서 구축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와 전담 팀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이미 전문성과 데이터를 보유한 벤더와 협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또한 도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성공 지표(KPI)를 설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AI를 도입했다”가 아니라, “반품률이 10% 줄었는가?”, “전환율이 5% 증가했는가?”, “직원 업무 시간이 줄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에 대해 ‘의심은 하되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AI 솔루션 중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과장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좋은 파트너는 그 한계와 트레이드오프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좋게 들리는 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를 향한 시선
Q: 패션 이커머스에서 AI의 미래에 대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rron Ritchie:
저는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들에 가장 기대가 큽니다. 매주 새로운 AI 기술, 새로운 모델 구조,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지만, 언젠가는 큰 변화를 이끌 혁신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패션 리테일은 이제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산업입니다. 이 말은, 이제 다른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전략을 패션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물류 업계의 수요 예측 방식이나, 미디어 플랫폼의 개인화 전략을 응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혁신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그저 눈에 띄는 데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품을 줄이고, 전환율을 높이고, 온라인 쇼핑을 매장 방문처럼 편하게 만드는 것 — 그게 진정한 가치입니다.
요약 및 실천 가능한 단계
AI 도입을 고민 중인 이커머스 매니저라면, 다음과 같은 실용적인 단계부터 시작해보세요:
1. 현재의 문제 파악하기
- 반품률이 높은가요? → 피팅 솔루션을 검토하세요
- 재고 문제가 크나요? → 수요 예측 도구를 고려하세요
- 고객 참여가 저조한가요? →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세요
2. 데이터 준비 상태 점검하기
- 데이터가 정제되어 있고 중앙화되어 사용가능한가요?
- 쉽게 접근할 수 있나요?
→ 아니라면, 고급 AI보다 데이터 정비를 먼저 해야 합니다
3. 작게 시작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하기
- 하나의 사용 사례에 집중하세요
- 성공 지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세요 (예: 반품률 10% 감소, 전환율 5% 증가 등)
4. 직접 구축보다는 입증된 솔루션 활용하기
- 데이터와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 협업하세요
- 내부 구축은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경우에만 고려하세요
5. 과장된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
- “모든 걸 해결한다”는 솔루션은 경계하세요
- 실험하고, 결과를 측정하며, 효과가 있는 것을 확장하세요
결론
AI는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올바르게 활용하면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패션 이커머스에서는 개인화와 운영 효율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고, 그 모든 기반은 ‘정제된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rron Ritchie의 말처럼, “작게 시작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며, 고객과 비즈니스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AI 활용의 핵심입니다.

Virtusize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Arron Ritchie와의 대화
인공지능(AI)은 다양한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그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전자제품이나 도서와 달리, 의류는 핏, 착용감, 개인 스타일에 맞는지 등 섬세한 요소들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커머스 매니저 입장에서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고객 충성도를 높이느냐, 혹은 높은 반품률로 손해를 보느냐의 갈림길이 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Virtusize의 데이터 사이언스 책임자 Arron Ritchie와 함께, AI 기술이 패션 이커머스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어떤 기회와 도전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데이터 준비’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커머스에서의 AI 부상
Q: AI의 부상은 전반적인 이커머스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Arron Ritchie:
이커머스에서의 AI 발전은 다른 산업들과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수요 예측, 물류창고 최적화, 인력 배치 효율화 등 운영 중심의 머신러닝이 중심이었습니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기업들은 더 정밀한 계획 수립, 비용 절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비효율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죠.
최근 ChatGPT와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의 부상은 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예측 모델을 넘어서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텍스트를 생성하고, 추론을 흉내 낼 수 있는 도구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반복적인 업무 자동화, 맞춤형 마케팅 문구 생성, 인간이 수 시간 걸리던 워크플로우의 단축 등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LLM은 본질적으로 다재다능한 ‘범용형 도구’입니다. 스위스 군용 칼처럼 많은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특정 목적에 완벽히 맞추려면 별도의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이 인프라에는 시간, 전문성, 비용이 들기 마련이죠.
그래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AI를 사용할까?“가 아니라, “우리에게 진짜 가치를 줄 수 있는 AI 활용 지점은 어디이며, 어떻게 우리 상황에 맞게 최적화할 것인가?“입니다.
패션 이커머스의 기회
Q: 패션 이커머스를 기준으로 봤을 때, AI가 가장 큰 기회를 줄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까요?
Arron Ritchie:
패션 이커머스는 다른 업종과 달리,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 간의 ‘경험 격차’를 메워야 한다는 고유한 과제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티셔츠를 보고, 만져보고, 입어본 후 확신을 가지고 구매할 수 있죠.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게 되고 반품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Virtusize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피팅 솔루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모든 소비자는 체형, 선호 스타일, 취향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절한 AI 모델을 적용하면 단순히 “당신은 M 사이즈입니다”라는 수준이 아니라, “이 셔츠는 어깨 부분은 살짝 타이트하고 가슴 부분은 여유 있게 느껴질 겁니다”라는 세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사이트는 고객의 구매 결정을 돕고, 온라인 쇼핑을 실제 매장에서의 경험처럼 느끼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범용 AI 도구들도 블랙진을 구매한 고객에게 블랙 계열 아이템을 추천하는 등의 단순한 개인화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영역은 훨씬 더 세밀한 맥락과 복잡한 취향을 반영해야 하죠. 일반적인 AI를 무리하게 패션에 적용하면, 처리 비용은 증가하고 결과는 불안정하며, 고객에게 와닿지 않는 추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구매 데이터와 사용자 선호를 기반으로 설계된 ‘패션 전용 AI 모델’이야말로 진정한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피팅을 넘어서: 개인화와 쇼핑 여정
Q: 피팅 외에도 패션 이커머스 기업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Arron Ritchie:
개인화는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매우 유망한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현재 자사 웹사이트 내에서만 고객 행동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쇼핑은 그렇게 제한되지 않죠. 소비자들은 A 브랜드에서 재킷을 사고, B 브랜드에서 셔츠를, C 브랜드에서 청바지를 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커머스 사이트는 모든 방문자에게 동일한 홈페이지를 보여주고 있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숙련된 판매원이 고객의 행동 맥락을 파악해 제안을 합니다. 고객이 재킷을 세 벌 들고 있으면, 재킷을 더 추천하기보다는 바지나 스웨터 같은 아이템을 제안할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맥락 정보’가 완전히 사라져 있죠. AI는 이 맥락을 되살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이트에서의 행동을 연결하거나, 더 넓은 쇼핑 패턴을 통해 취향을 유추하는 시스템을 상상해보세요. 버튼 셔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런 제품을 홈페이지 상단에 우선 노출하거나, 특정 색상이나 핏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감지해 상품 배열을 조정하는 것이죠.
물론 지금도 일부 브랜드는 챗봇이나 간단한 추천 엔진을 시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외부 데이터를 통합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분명히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컨텍스트와 브랜드를 넘나드는 개인화가 미래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내부 효율화: 화려하진 않지만 가장 효과적인 AI 활용
Q: 고객 경험 외에, AI가 이커머스 기업의 내부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rron Ritchie:
사실 가장 큰 비즈니스 임팩트를 주는 곳은 내부 효율화일 때가 많습니다. 수요 예측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와 런던 각각에 몇 장의 티셔츠를 공급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품절이나 재고 과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건 직접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물류 경로 최적화, 인력 스케줄링 최적화도 마찬가지로 AI가 강점을 발휘하는 영역입니다. CRM 시스템에서도 AI는 사람이 놓치기 쉬운 고객 행동 패턴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내부 솔루션은 주목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챗봇이나 LLM 같은 눈에 띄는 기술에 더 관심을 가지죠. 하지만 ROI 관점에서는, 내부 시스템의 효율화가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 경험에만 AI를 적용하고 내부 운영의 최적화를 무시한다면, AI가 가진 가치를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 준비 상태
Q: 많은 기업들이 AI에 관심은 있지만, ‘데이터 준비가 안 됐다’고 느낍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rron Ritchie:
모든 것은 데이터에서 시작됩니다. 정제되고 중앙화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없이는 AI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AI는 집 안의 가구나 인테리어 같은 것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지게 꾸며도 무너질 수밖에 없죠.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정비하지 않은 채 AI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시스템은 분산되어 있고, 중복된 레코드가 존재하거나 오래된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죠. 그 결과는 낮은 성능과 낭비되는 예산입니다.
AI 도입 전 가장 먼저 자문해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 우리는 유일하게 진실을 알려줄 데이터 소스를 갖고 있는가?
- 그 데이터는 깨끗한가?
-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
이 질문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면, 우선 데이터 정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게는 이미 대규모 클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외부 파트너와 협업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Virtusize는 수년간 수백 개 브랜드의 구매 및 피팅 데이터를 수집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이 이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Virtusize의 최신 AI 개발
Q: Virtusize에서는 현재 AI 및 머신러닝 관련해서 어떤 개발에 집중하고 있나요?
Arron Ritchie:
저희의 목표는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 매장 경험처럼 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사이즈 추천 기능을 제공해왔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당신은 M 사이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셔츠는 어깨가 약간 타이트하고, 가슴 부분은 여유 있게 느껴질 것입니다”처럼, 실제 착용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즉, 옷을 입어보고 “이거 딱 내 스타일이야”라고 느끼는 그 감각을 재현하는 것이죠.
최근 저희는 체형 데이터와 스타일 선호도를 결합한 새로운 머신러닝 기반 피팅 로직을 도입했습니다. 수년간 체형 모델은 잘 구축되어 있었지만, 그걸 단독으로 사용하면 대부분 타이트한 핏을 추천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핏은 다양하죠.
그래서 여러 해에 걸친 실제 구매 데이터를 통해 “좋은 핏”이 브랜드, 카테고리, 스타일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학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A/B 테스트에서 사이즈 추천 정확도가 25~40%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추천된 사이즈로 자신 있게 구매하고, 실제로 상품을 유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탄탄한 데이터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커머스 담당자에게 주는 실용적 조언
Q: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커머스 매니저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rron Ritchie:
우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문제에 초점을 맞춘 명확한 사용 사례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품이 가장 큰 문제라면 피팅 솔루션을, 품절이나 과잉재고 문제가 있다면 수요 예측을, 고객 참여율이 낮다면 개인화를 고려해보는 식이죠.
그리고 “직접 구축할지, 외부 솔루션을 도입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사내에서 구축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와 전담 팀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게는 이미 전문성과 데이터를 보유한 벤더와 협력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또한 도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성공 지표(KPI)를 설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AI를 도입했다”가 아니라, “반품률이 10% 줄었는가?”, “전환율이 5% 증가했는가?”, “직원 업무 시간이 줄었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에 대해 ‘의심은 하되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AI 솔루션 중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과장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좋은 파트너는 그 한계와 트레이드오프를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좋게 들리는 말은 대부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를 향한 시선
Q: 패션 이커머스에서 AI의 미래에 대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rron Ritchie:
저는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들에 가장 기대가 큽니다. 매주 새로운 AI 기술, 새로운 모델 구조,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지만, 언젠가는 큰 변화를 이끌 혁신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패션 리테일은 이제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산업입니다. 이 말은, 이제 다른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전략을 패션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물류 업계의 수요 예측 방식이나, 미디어 플랫폼의 개인화 전략을 응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혁신을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그저 눈에 띄는 데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품을 줄이고, 전환율을 높이고, 온라인 쇼핑을 매장 방문처럼 편하게 만드는 것 — 그게 진정한 가치입니다.
요약 및 실천 가능한 단계
AI 도입을 고민 중인 이커머스 매니저라면, 다음과 같은 실용적인 단계부터 시작해보세요:
1. 현재의 문제 파악하기
- 반품률이 높은가요? → 피팅 솔루션을 검토하세요
- 재고 문제가 크나요? → 수요 예측 도구를 고려하세요
- 고객 참여가 저조한가요? →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세요
2. 데이터 준비 상태 점검하기
- 데이터가 정제되어 있고 중앙화되어 사용가능한가요?
- 쉽게 접근할 수 있나요?
→ 아니라면, 고급 AI보다 데이터 정비를 먼저 해야 합니다
3. 작게 시작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 설정하기
- 하나의 사용 사례에 집중하세요
- 성공 지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세요 (예: 반품률 10% 감소, 전환율 5% 증가 등)
4. 직접 구축보다는 입증된 솔루션 활용하기
- 데이터와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와 협업하세요
- 내부 구축은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경우에만 고려하세요
5. 과장된 주장에 휘둘리지 않기
- “모든 걸 해결한다”는 솔루션은 경계하세요
- 실험하고, 결과를 측정하며, 효과가 있는 것을 확장하세요
결론
AI는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올바르게 활용하면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패션 이커머스에서는 개인화와 운영 효율성을 균형 있게 추구하고, 그 모든 기반은 ‘정제된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Arron Ritchie의 말처럼, “작게 시작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며, 고객과 비즈니스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AI 활용의 핵심입니다.